The blank-canvas candidate

백지장 같은 후보

선거 당일 밤, 자비에 베세라는 차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기 위한 예비선거에서의 성공이 자신에게도 놀라운 일이었음을 시인하는 듯했다. 그는 6월 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지지자들에게 "할리우드의 고향인 이곳에서 우리는 언더독(약자)의 반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축하 행사 장소는 적절했다. 1781년 로스앤젤레스가 스페인 마을로 처음 세워진 곳 근처에 있는 '플라자 데 쿨투라 이 아르테스(Plaza de Cultura y Artes)'였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베세라는 캘리포니아 주 최초의 라틴계 선출직 주지사가 될 수 있다.

예비선거에서 당적에 상관없이 상위 2위를 차지한 후보들이 11월 본선에서 맞붙게 된다. 본지가 인쇄에 들어갔을 당시에도 개표는 계속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주는 선거일 소인이 찍힌 우편 투표용지를 인정하기 때문에 개표 과정이 며칠, 때로는 몇 주가 걸릴 수도 있다. 올해는 많은 부동층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 마지막 날까지 투표용지를 가지고 있었던 탓에 개표가 더 지연되었을 수도 있다. 6월 4일 기준으로 베세라와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전 보좌관이자 공화당원인 스티브 힐튼이 본선에 진출할 것으로 보였다. (3위를 달리고 있던 진보 성향의 억만장자 톰 스테이어는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민주당원이 공화당원보다 2배 가까이 많기 때문에, 본선에서 베세라가 힐튼을 압도적으로 물리칠 가능성이 높다.

선거 운동 초기, 전직 하원의원이자 주 법무장관, 내각 장관 출신인 베세라는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그는 다소 심심한 기성 민주당원이어서 대선 및 상원의원 후보군(에릭 스왈웰과 케이티 포터), 억만장자 활동가(톰 스테이어), 한물간 정치인(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신예(맷 마한) 등이 포함된 경쟁자들 사이에서 묻혀 있었다. 그의 부상을 설명하는 데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스왈웰의 몰락이다. 민주당 하원의원이었던 그는 4월 무렵 선두로 치고 나갈 기세였으나, 신빙성 있는 성비위 의혹이 제기되면서 선거 캠프가 무너지고 의원직까지 내려놓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 좌파 성향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들이 난립하여 표가 분산되는 바람에 공화당 후보 두 명이 본선에 진출하게 될까 봐 불안해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 유권자들 상당수가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여겨지는 베세라에게 결집했다. 그 후 몇 주 동안 그의 캠프는 어색하지만 친근한 이미지를 어떻게든 자산으로 바꾸어 놓았다. 베세라는 한 기자에게 "유능함은 멋진 것입니다. 경험이 있다는 것은 핫(hot)한 것이죠."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일부 동료들은 유능함과 경험이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둘째, 민주당 내 주요 경쟁자가 선거 자금으로 사재 2억 달러 이상을 쓴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 스테이어였다는 점이 베세라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 예비선거가 주는 교훈이 있다면,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여전히 돈으로 선거를 매수하려는 부유한 후보들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기술 분야 백만장자인 사이캇 차크라바르티 또한 낸시 펠로시의 후임으로 샌프란시스코 지역구 하원의원이 되려는 경쟁에서 탈락했다.)

마지막은 변화하는 캘리포니아의 정치 지형이다. 수십 년 동안 샌프란시스코의 정치 기구는 캘리포니아주와 그 너머의 민주당 정치를 지배했다. 이곳은 낸시 펠로시, 개빈 뉴섬, 카멀라 해리스 등의 경력을 키워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정치 권력이 더 젊고 라틴계 유권자가 많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샌프란시스코의 장악력은 약해졌다. 구세력은 주지사 선거에 아예 관여하지 않거나 미온적인 지지 의사만 보였다. 샌프란시스코 시장 출신이자 시의 몇 안 남은 킹메이커 중 한 명인 윌리 브라운은 스테이어를 지지하기 전, 이번 선거 판세에 대해 실망감을 표했다. 그는 올해 초 본지 기자에게 "그들은 지루한 사람들입니다. 그게 문제예요. 생기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베세라는 어떤 주지사가 될까? 본인도 아직 모르는 듯하다. 그의 연설은 대체로 모호한 상투적 표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의료 재정 격차를 메우는 문제에 대해 그는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 내 영화 제작을 유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사력을 다해 싸워야 합니다"라고 한다. 본지 기자가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시와 카운티에 어떤 책임을 요구해야 하는지 묻자, 베세라는 "당신의 눈으로 보면 알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그의 이런 모호한 태도를 개의치 않는다. 지난달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베세라의 유세에 참석한 로스앤젤레스 주민 수잔은 "많은 구체적인 내용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의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베세라가 간혹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할 때면, 주(州)가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이해도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드러내곤 했다. 토론회 중 그가 주택 보험사들이 기능 부전에 빠진 캘리포니아 보험 시장을 떠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보험료를 동결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떠나는 주된 이유는 1988년에 통과된 주민 발의안이 보험료 인상 능력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앞으로 5개월 동안 베세라는 캘리포니아의 문제들(그중 상당수는 스스로 초래한 것들이다)을 해결하기 위한 제대로 된 의제를 내놓을 것이다. 지금까지 유권자들은 그의 이력서(경력)를 보고 표를 주었지만, 결국에는 그의 구체적인 계획을 알고 싶어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