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up

제목: 진저리가 난다

워싱턴 DC
미국은 또 한 번의 식료품 가격 충격을 앞두고 있다

미국인들은 채소를 즐겨 먹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다. 미국 요리의 주식은 녹말과 치즈가 많고 육류 비중이 높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어디에나 빠지지 않는 채소가 하나 있으니, 바로 토마토다. 햄버거 사이에 끼워 넣고, 통조림은 피자 소스가 되며, 가공을 거쳐 케첩으로 변신한다. 감자를 제외하면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는 단연 토마토다. 그러나 식료품점에서 토마토를 집어 드는 소비자들은 기시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토마토 가격이 1년 전보다 거의 25%나 올랐기 때문이다. 달걀 사태가 재현되는 듯한 모습이다.

토마토 가격 상승에는 나름의 고유한 이유도 있다. 미국 토마토 수입의 약 90%는 멕시코산이다. 2025년 중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산 토마토 수입을 관리하던 양자 협정인 '토마토 정지 협정'을 파기하고 17%의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가격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 다른 신선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토마토 재배에는 비료가 필요한데, 이란과의 전쟁 발발 이후 비료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연료비 상승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식료품 가격 상승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에너지 충격이 식료품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려면 공급망의 각 단계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농부들을 보자. 일반적으로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비료는 농가 투입 비용의 최대 40%를 차지한다. 여기에 트랙터 연료로 쓰이는 디젤 비용이 추가된다. 그러나 밀이나 옥수수 같은 상품 생산자들은 세계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을 통제할 힘이 거의 없다. 올해 재배 시즌에 들어간 비용 중 상당 부분(임대료, 장비, 종자, 심지어 일부 비료 구입비까지)은 이미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지출되었을 것이다. 에너지 충격으로 올해 일부 농가는 적자를 볼 수 있겠지만, 많은 농부는 종자를 버리는 것보다 일단 심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라 판단할 것이다. 즉, 이번 시즌의 작물 공급량은 크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농산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시즌보다는 다음 시즌에 온전히 나타날 것이며, 그때가 되면 올해 큰 손해를 본 농가들이 아예 농사를 포기할 수도 있다.

식료품 공급망의 다음 단계는 가공이다. 시리얼용 옥수수나 다진 고기가 될 가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분야는 시장이 비교적 집중되어 있다. 크래프트(Kraft)와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를 포함한 소수의 가공식품 거대 기업과 4개의 주요 육류 포장 업체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충격이 이들 기업의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들은 에너지원으로서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전기와 천연가스 비중이 높은데, 미국 내에서 이들의 가격은 석유보다 훨씬 느리게 올랐기 때문이다. 둘째, 가공식품 생산자들은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시기에 이미 가격을 대폭 인상했으며, 그 결과 신규 업체나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PB)에 고객을 뺏긴 경험이 있다. 육류 포장 업체 역시 가뭄에 따른 가축 부족으로 인해 이미 높아진 소고기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상태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이란 전쟁의 여파로 미국 식료품 가격에 가장 큰 압박을 가할 곳은 공급망의 다음 두 단계, 즉 포장과 운송일 가능성이 크다. 많은 식료품 포장재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데,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나온다. 현재 석유화학 원료 가격은 약 5분의 2가량 상승했다. 이에 따른 가장 큰 타격은 식품 매대가 아니라 두꺼운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제품이 쌓인 생활용품 및 미용 코너에서 나타날 것이다. 데이터 제공업체 닐슨IQ(NielsenIQ)에 따르면, 3월 말 식료품점의 샴푸 가격은 전년 대비 약 10% 상승했다.

그다음은 운송이다. 운송은 식품 공급망 총 에너지 소비량의 6분의 1을 차지하지만, 석유 수요 면에서는 절반에 달한다.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 농산물의 80~90%가 트럭으로 운송된다. 냉장 보관이 필수인 육류나 유제품의 경우 운송 비용이 가장 높다. 디젤 가격이 폭등하면서 식품을 매대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게 되었다.

마진을 낮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는 슈퍼마켓은 보통 높아진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따라서 식료품 물가는 한동안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5월 12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 데이터에 따르면, 과일과 채소 가격은 전년 대비 6% 상승했다. 다행히 유제품과 달걀 가격은 더 이상 오르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이 뼈저리게 느끼듯 식품 가격은 이미 팬데믹 이전보다 3분의 1이나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누구에게든 책임을 돌리려 할 것이다. 식료품점에서의 불안감만큼 현직 정치인에게 등을 돌리게 만드는 힘은 찾기 어렵다. 식료품 가격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던 대통령인 만큼 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미 그는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는 비료 생산업체와 육류 포장 업체들을 탓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그의 변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